
일본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는 오 사다하루(왕정치)다. 통산 홈런 1위(868개)와 15번의 홈런왕, 그리고 센트럴리그 MVP만 무려 9차례나 차지했다.
그럼 1980년대 일본 최고의 타자는 누구일까?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오치아이 히로미쓰(현 주니치 감독)를 언급해야 한다. 오치아이는 정교함과 장타력 그리고 클러치 능력의 완성점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무려 3차례나 차지했다. 오 사다하루가 프로통산 2차례 밖에 기록하지 못한 어렵고도 힘든 기록이다.
오치아이는 현역시절 동안 네개의 팀에서 활약했는데 사실상 그의 전성기는 롯데 오리온스와 주니치 드래곤스에서였다. 그가 선수시절의 마지막을 보냈던 팀이 니혼햄 파이터스(1998년을 끝으로 은퇴)다.
오치아이가 은퇴를 앞둔 시점에 니혼햄은 2000년대 일본 최고타자중 한명인 오가사와라 미치히로가 입단(1997년)한다. 이때 오가사와라는 대선배격인 오치아이에게 타격의 기술적인 부분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 100타석도 채우지 못했던 1997-1998년도의 오가사와라가 이듬해부터 니혼햄을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할수 있었던 것도 오치아이의 도움이 컸다. 실제로 오가사와라는 FA 당시 오치아이가 있는 주니치로의 이적을 생각했지만 오치아이의 반대(모리노를 키우고 싶다. 미안하지만 안된다. 당시 일본언론에서의 인터뷰가 생각난다)로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게(2007년)되는데 이적 첫해 오가사와라는 리그 MVP를 수상하며 연속년도에 양대리그에서 MVP를 받은 유일한 선수로 그 이름을 올리게 된다.(2006년 퍼시픽리그 MVP 수상).
먼저 오치아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일명 `신주타법' 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준비자세다.
신주타법은 준비스탠스에서 쥐고 있는 배트를 여타의 타자들처럼 자신의 어깨 뒤쪽에 놓고 대기하는게 아닌 팔을 쭉펴서 배트를 일자(투수쪽에서 봤을때)로 세우는것을 말한다.
오치아이는 프로에 데뷔하기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아마유망주였다. 하지만 그도 프로초창기에는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오치아이는 일명 `도어 스윙(Door Swing)' 이라고 불리는 스윙궤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치아이의 도어 스윙은 회전문을 여는 것처럼 백스윙을 굉장히 크게 가져가는 것을 말하는데 아마츄어 투수들과는 레벨이 다른 프로 투수들의 빠른공에 대처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치아이는 아마시절부터 몸에 익숙해져 버린 이 스윙을 코치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못했다. 백스윙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배트가 돌아나오는 각이 커지기에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는 수정하는게 옳다는것을 정면으로 무시해버린 것이다. 오치아이는 자신의 부진을 경험의 차이라고 판단해 현역 시절 내내 이 타격폼을 고수했다. 그리고 최강의 타자로 한시대를 풍미했다.
얼마전 `신주타법' 이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받았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이슈가 될만한 것이 생기면 거기에다가 독특한 용어를 붙이기 좋아하는 일본의 특성" 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오치아이의 타격폼이 마치 신주 단지를 모시는듯한 모습에서 착안한 별칭이긴 하지만 타격이론적으로 보면 그렇게 독특하고 특별한것은 아니다.
그럼 오치아이에게 전수를 받았다는(사실 이것도 정확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신주타법'의 오가사와라는 어떠한 타격폼을 가지고 있을까? 덧붙여 한때 이승엽이 타격폼 수정을 한다고 했을때 국내 언론들이 너나 할것 없이 "이승엽 신주타법으로 타격폼 수정, 오가사와라에게 배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찌라시를 남발했던 기억을 더듬어 볼필요가 있다.(2007년)
하지만 오가사와라도 세월이 흐르면서 미세하게나마 오치아이식의 전통적인 신주타법이 아닌 선수로 변모해 가고 있다.
오히려 이승엽이 가면 갈수록 배트를 곧추 세우는게 명확해갈 정도다.
그래서 이번 Batting Theory 137번째 시간은 3년전의 오가사와라와 이승엽, 그리고 지금 현재 이들의 타격분석을 해볼 생각이다. 물론 `사무라이 검객' 오가사와라의 타격에 관한 이야기는 예전에도 몇번 언급했었지만 풀 GIF로 해보는것은 처음이다.



먼저 오가사와라의 연속타격 사진과 아래의 GIF 영상을 유심히 한번 보길 권한다.
니혼햄 시절의 오가사와라는 일부 한국야구팬들이 그의 이름을 본따 `오뎅사와라' 라고 불려도 될만큼 스트라이드시(Stride) 앞발이 토우 터치(Toe Touch)까지 과정에서의 텀이 굉장히 길다. 정말로 오뎅을 사가지고 와도 될정도다. 곧추 세운 처음 타격준비 자세에서 들었던 앞다리가 스트라이드 착지점에 닿을쯤(타격연속사진 오른쪽에서 네번째 장면)의 모습을 보면 배트의 위치가 자신의 뒤쪽까지 굉장히 멀리 이동해 있는 상태다. 일명 로드포지션(Load Position), 즉 배트를 발사 하기 직전 자신의 파워를 뒤쪽으로 장전하는 이 자세에서의 도움닫기가 굉장히 크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이후 진행될 타격의 일련과정에서는 당연히 배트가 돌아나오는게 커질수 밖에 없다. 스윙궤적을 보면 커다란 원을 그리며서 배트가 이동하고 있는걸 확연히 느낄수 있을것이다. 정말로 오치아이의 백 도어 스윙을 보는듯 하다.
오가사와라의 이러한 스윙 방법론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오가사와라를 가르켜 `미스터 풀스윙' 이라고 하는데 일명 수긍이 가는 별칭이다.
자 그럼 그 아래 GIF 영상을 한번 보자. 이 영상은 올시즌 주니치와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제2 스테이지에서 홈런을 뽑아낼때의 타격 장면이다.
다른것은 보지 말고 니혼햄 시절의 연속사진에서의 앞발이 토우 터치까지 가는 과정과 지금 이 영상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것만 살펴보자.(오가사와라의 전체적인 타격분석은 이미 여러차례 했기에 생략)
니혼햄 시절에는 스트라이드시 앞발이 지면에 닿을때까지의 체중을 뒤쪽에서 장전하는 동작이 굉장히 컸고 그 각만큼이나 배트가 돌아나오는것 역시 길었다. 하지만 지금의 오가사와라는 처음 배트를 세운 준비자세에서 로드(배트를 뒤로 빼서 체중을 장전하는)포지션까지의 거리가 니혼햄시절과 비교했을때 굉장히 짧아졌다. 배트가 돌아나오는 각도 이전과는 다르게 짧아졌고 그렇게 됨으로 인해 스윙은 더더욱 콤팩트해져 있다는걸 느낄수 있을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은 추측인데, 아마도 오가사와라 역시 사람인지라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수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좀 더 적은, 그리고 좀 더 타이트한 타격폼으로 변화를 했지 않나 싶다.
대신 배트스피드는 그때와 비교했을때 더욱 빨라졌다. 스트라이드시 니 리프트(Knee lift) 동작에서의 탑 지점(다리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의 가장 높은 지점) 그리고 스트라이드의 보폭 역시 이전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젊었을때 오가사와라의 파워배팅은 파워를 장전하는 동작이 큰것을 기반으로(엄청난 백스윙) 그리고 지금은 타이트해진 타격동작만큼이나 좀 더 빨라진 배트스피드로 많은 홈런포를 생산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나이가 들어가도 저하되지 않는 그의 홈런포는 미세한 부분에서의 타격폼 변화를 통해서 얻어낸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 이승엽은 일본에 진출한 후 수많은 타격폼 수정을 거쳤다.
그중 타이밍을 잡는 스트라이드의 방법을 다양하게 선보였는데, 오픈스탠스에서 대각선으로 니 리프트를 했던 시기, 리프팅 과정이 맨 아래사진처럼 짧고 직선으로 올리던 시절, 앞발을 지면에 한번 터치를 먼저 하고(Toe Tap 타법) 다리를 들어올리던 시절 등등 찾아보면 수없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변화가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그립(배트를 쥐고 있는)위치다. 물론 작년시즌 한때 타격폼 수정과정에서 그립이 처진다는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만 놓고 봤을때 그렇다는 말이다.
이승엽도 오가사와라와 마찬가지로 첫 준비스탠스에서 배트를 앞으로 쭉 뻗으면서 일명 신주타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2006년까지만 해도(맨 아래 타격연속 사진) 준비 상태에서 팔꿈치를 쭉 펴지 않았다.
물론 지금 이승엽의 부진을 이 장면 하나로만 놓고 평가할수는 없는 일이다.
더큰 문제는 GIF 영상에도 나와있지만 스트라이드 착지점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배트를 뒤쪽으로 빼는 동작(Load)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차이점을 느낄수 없을만큼 거의 비슷하다는데 있다.
오가사와라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과정을 짧게 줄였다. 하지만 이승엽은 그대로다.
자,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예시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지구상에는 처음 배트 위치 그대로에서 배트를 발사해 장타를 쳐낼수 있는 타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와 같은 괴물타자는 예외로 치더라도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백스윙의 크고 작음은 파워와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그대신 배트스피드의 느리고 빠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것이다.(물론 백스윙 하나로 배트스피드를 논할수는 없다. 이것도 면밀히 분석해보면 수많은 방법론이 나온다) 필자 입을 통해 백스윙은 활시위의 원리와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예전 독자님들은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활시위를 조금 잡아당겨쏜 화살과 많이 잡아당겨 쏜 화살중 분명 후자쪽 화살이 더 멀리 날아간다.
배트의 백스윙을 크게 하면서 장타와 정교함을 동시에 얻는다는게 그만큼 힘든 일이다.
지금 이승엽의 고민이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결론적으로 테이크 백 과정을 지금보다는 좀 더 짧게 가져가면 파워의 손해가 올수는 있지만 타격의 일련과정에서의 간결함은 보다 정교해진 스윙을 할수 있는 필요충분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잡아당긴 활시위의 적음을 어떻게 파워로 보충을 하느냐에 있다.
우선 이것을 말하기전에 먼저 언급해야 할것이 있는데, 통상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타자들은 미국타자들에 비해 처음 투수의 피칭과정에서 대처하는게 조금 늦은 편이다.
미국쪽은 아마추어때부터 그렇게 가르치는지는 모르겠지만 투수가 글러브에서 공을 빼기전부터 반응을 시작하는데 우리나라 타자들은 글러브에서 공을 뺄때 반응을 시작한다.
지금 이승엽이 파워의 손해없이 로드지점에서 좀 빠른 배트 발사(Launch position)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반타임 정도 빠르게 처음 투수의 피칭의 시작점에서 반응을 시작했으면 어떨까 싶다.
이렇게 되면 스트라이드시 앞발이 착지하는 시간이 좀 더 일찍 도착하게돼 타이밍을 잡는데는 어려움을 겪을수 있지만 최근 2년여동안 수많이 많은 시행착오만큼은 덜할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덧) 오치아이와는 처음 준비자세는 다르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과거 마해영(현 야구해설위원) 선수의 타격방법과 오치아이가 굉장히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할수 있다. 물론 오치아이는 거의 스퀘어 형식의 스탠스를 취하고 마해영은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였지만 파워포지션에서 배트를 뒤로 빼는것과 이후 스윙의 일련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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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http://hitti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