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4할 타자는 왜 사라졌는가?

타율 4할은 꿈의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암스가 마지막으로 4할(.406) 타율을 기록한 이후 아직까지 4할 타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4할 타율에 도전했던 선수는 1994년 토니 그윈(샌디에이고)으로 50경기를 남겨두고 .394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파업으로 인해 시즌이 중단 되는 바람에 그 꿈을 접어야 했다.

7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프로야구는 아직까지 4할 타자가 없다.
현재까지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고 타율은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랜디 바스(한신)가 1986년에 기록한 .389다. 그해 랜디 바스는 전년도에 이어 2년연속 ‘트리플 크라운’ 달성과 더불어 역대 최고 장타율인 .777를 기록, 일본무대를 평정했다. 일본 시절 7년연속 타율 1위 타이틀을 차지했던 스즈키 이치로(당시 오릭스)는 2000년 타율 .387로 가장 최근에 4할 타율에 도전했던 선수다. 이치로의 .387은 랜디 바스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되는 타율이다.

한국프로야구의 4할 타율은 프로원년 백인천(MBC)의 .412가 유일하며 이후 4할 타율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1994년 이종범(해태)의 .393이다. 지금까지 그라운드에서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지고를 반복했고 또 새로운 선수들이 출현하고 있지만 현대야구에서 4할 타율은 불멸의 기록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나 도전할수 없는 꿈의 기록이자 목적지(4할)까지 가는데 있어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에서는 명성이 자자했던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의 저서인 “풀하우스”에서는 4할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1)과거에 비해 야구에 집중하지 않을 뿐더러 멍청해진 요즘 타자들. 2)과거에 비해 바쁜 일정, 더 많은 야간 경기, 언론에 의한 시달림 등 열악해진 외부 조건. 3)투구와 수비 실력, 구단의 분석 능력의 향상에 비해 더딘 타자들의 실력 향상 속도. 로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진화생물학이니 뭐니 하는 어려운 학문은 골치가 아프기에 관심은 없다. 다만 4할타자가 사라진 원인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언급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그 역시 4할타자의 출현을 보지 못하고 이미 고인이 됐다. ‘풀하우스’ 번역본이 국내 서점에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탐독해 보길 권한다. 물론 나 역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필자와 절친한 야구라 (Yagoora)의 손윤님이 언급해준 것들 중 아래는 4할이 어려운 이유 중 액기스만 따로 빼서 지금 현재 언급 한다.>

1) 과거의 타자들이 현재의 타자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2) 예전의 선수들이 오로지 야구에 전념한 것에 비해서 지금의 선수들은 야구에 집중하지 않는다.
3) 투수들의 분업화가 진행되어서, 타자들은 1경기 동안에 수명의 투수들을 상대하지 않어면 안된다.
4) 슬라이더나 포크볼 등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이 다양화되었다. 즉 타자들이 진보하는 스피드보다 투수들이 진보하는 스피드가 더 빠르다는 말이다.
5) 현재의 선수들은 몇 번의 구단확대와 프랜차이즈 이동 등으로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만큼의 지옥의 레이스 - 이동하기 때문이다.
6) 낮경기에 비해서 볼을 보기 어려운 야간경기가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

1번과 2번은 철저히 주관적인 견해를 담고 있기에 판단은 독자분들께 맡기고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4번은 납득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부연설명을 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투수들의 진화는 분명 레벨업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투수의 진화에 비해 타자의 레벨업이 늦은(?) 원인은 기술 향상이 투수에 비해 제한적 이라는데 그 이유를 찾을수 있다. 한국프로야구를 기준으로 한다면 과거 프로야구 초창기 때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는 투수가 아니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커브와 슬라이더는 투수라면 반드시 마스터 해야 하는 구종이었다. 물론 현 시대엔 “체인지업을 던지지 못하면 투수가 아니다.” 라는 말도 각 구단 코칭스탭들 사이에서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것을 타자로 시선을 돌려보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무슨 말이냐면 투수의 진화는 구종의 다양성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타자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가령 타자가 쓰는 방망이가 과거에 비해 진화된 것도 아니고(물론 방망이의 진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북미산 물푸레나무로 만든 방망이가 과거 타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배리 본즈의 그 엄청난 홈런쇼에 너도나도 캐나다산 단풍나무로 만든 방망이로 그 흐름이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지만 방망이 재질이 4할 타율은 물론 타자의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수 없다.) 방망이의 무게는 선수마다 다양하기에 이것 역시 투수에 비해 타자의 진화가 늦은 원인이라고도 볼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선수들이 과거에 비해 파워가 떨어진다거나 발이 느려졌다고 볼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타격기술은 과학이 발달한 것과 마찬가지로 분명 진화했다. 예를 들어 커브를 공략할때는 허리로 치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없었겠지만 요즘엔 투수의 피칭과 타자의 배팅 모션을 느린 영상으로도 얼마든지 프레임을 조절해 가며 분석을 할수가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투수가 던진 커브는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느린 프레임으로 보면 커브는 투수손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굽어지기 시작한다는 걸 알수 있다. 그렇기에 떨어지는 각이 엄청난 투수의 커브(KIA 김진우처럼)라면 모를까 타자가 커브라는 걸 알고만 있다면 안타를 쳐내기가 다른 구종에 비해 수월한게 바로 커브다.


다만 언제 커브가 올지를 모르기에 타자가 커브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직구(포심 패스트볼) 타이밍에서 한번의 ‘틈’(허리를 미리 돌리지 않고 순간적으로 여분의 틈을 주는)을 주어 타이밍을 맞추는게 커브를 공략하는 타격 기술이다. 실제로 커브는 떨어지는 낙차 때문에 타자가 헛스윙을 하는게 아닌 바로 이 ‘타이밍’ 때문이다. 타자가 커브에 헛스윙을 하는 경우를 보면 스피드 변화에 눈이 따라가지 못해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가기 전에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격 기술의 진화를 커브로 예를 들었지만 이건 과학적인 분석이고(글 주제와는 조금 어긋난) 그 어떤 것이든 실전에서 경험이 타격기술 진화의 원천적인 힘이다. 말이 조금 빗나갔는데 결론적으로 4할타자가 사라진 원인 중 하나인 투수의 다양한 구종은 동일선상에서 봤을때 그만큼 타자의 발전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수 있다. 개인적으로 구종의 다양화와 투수들의 분업화가 4할 타자 출현을 방해하는 으뜸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올 시즌 현재까지(13일 기준) 4할을 훌쩍 넘기며 엄청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김태균(30. 한화)의 타격분석이다. 김태균은 29경기를 치른 현재 101타수 46안타 타율 .455를 기록 중이다.
김태균이 올 시즌이 끝날때까지 4할을 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362타수(타수는 지금의 페이스로 추정) 139안타를 쳐야 한다. 즉,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타율 .384를 기록해야 최종적으로 463타수 185안타가 돼 정확히 .400(.39956)이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태균의 4할 가능성은 거의 0% 라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엔 2009년 로베르토 페타지니(LG)가 4할 타율을 56경기까지 유지하고 있었고 백인천을 제외하고 4할 타율에 가장 근접했던 이종범은 무려 104경기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야구 시즌은 마라톤과 같이 길기에 확답은 할수 없겠지만 김태균 이전에 4할 타율을 유지했던 선수들의 예를 보면 김태균이 정말로 4할을 칠수 있을까 여부는 50경기까지 지켜보며 판단을 해도 늦지(이것 역시 어렵겠지만)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50경기까지도 4할을 유지하고 있다면 70경기, 100경기로 텀을 늘려가며 관찰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일은 알수가 없는 것이기에 단정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보여주고 있는 김태균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 할 정도의 멋진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균과 관련 된 타격분석은 그동안 여러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과 일본에 진출해 활약할 때, 그리고 국내에서 뛸때를 포함해 자주 썼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김태균이 지닌 타격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다.
그런데 타격이란게 묘하다. 김태균처럼 거의 완벽한 타격동작을 갖춘 타자는 볼수록 대단하다는 느낌과는 별개로 아주 디테일 하게 보고 싶은게 본능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태균 타격의 장점은 크게 세가지 정도로 압축할수 있다.
첫째, 타석에서 리듬감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
둘째, 그 리듬감을 자신의 타이밍에 맞게 조절을 잘 한다는 점.
셋째, 절대로 공을 마중나가서 스윙을 하지 않는 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위의 타격영상 앞부분은 일부러 프레임을 빨리 돌려봤다.(타석에서 좌우로 몸을 흔드는 동작이 너무 길어 시간적인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타석에서 김태균 특유의 리듬감을 느껴 보라는 의미도 있다.)

김태균의 타격동작은 매우 간결하다. 소위 노 스트라이드(No-Stride) 히터의 표본적인 모습이라고도 할까.
하지만 스윙시 하체의 전진력과 회전력 그리고 김태균 스스로 타이밍을 잡는 방법은 이러한 타자 유형의 선수들이라면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게 많다. 전체적으로 보면 타석에서의 김태균은 뒷발에 거의 모든 체중이 실려 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 할 주제는 이게 아니다. 스윙시 김태균이 어떻게 체중을 모았다가 발사 하는지가 오늘 글의 핵심이다. 김태균 타격분석은 그동안 여러차례 했기에 오늘은 이 부분만 집중적으로 말하고 싶다.


먼저 김태균이 처음  타이밍을 어떻게 잡는가를 보면 앞 무릎의 반동을 적절하게 이용한다는 걸 알수 있다.
투수 글러브에서 공이 분리 되는 시점에서 앞으로 체중이 움찔하며 이동했다가 그 반동의 연동성으로 다시 몸을 뒤로 뺐다가 앞발을 찍어놓은 후 스윙이 발사된다. 기호로 표현하자면 ↔ → ← → 이런 형태다.

↔는 처음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감을 유지, →는 순간적으로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이후에 있을 반동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는 순간적으로 앞으로 움찔했던 체중을 다시 뒤로 빼는(이때 앞발 끝은 찍는) →는 스윙이 시작될때를 의미한다.

타격시 앞발 끝을 찍을때까지(동그라미 표시) 그러니까 앞에 흔들흔들하며 리듬을 타는 동작을 생략하고 김태균이 타이밍을 잡는 부분만 따로 빼서 영상을 만들어 봤다.
8,9,10,11 프레임까지를 유심히 보면(김태균 앞다리만) 뒤에 있던 체중이 앞쪽으로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있다는 걸 알수 있다. 뒤에 있던 체중을 앞으로 짧은 순간에 이동하는 모습인데 그렇게 됨으로 인해 전체적인 몸의 높낮이가 낮아졌다. 이후 그렇게 앞으로 이동했던 체중은 그 추진력을 얻어 이젠 뒤로(12,13,14 프레임) 이동하는데 그 순간 앞발은 거의 제자리에서 앞발 뒷꿈치를 들어 발끝을 지면에 찍어 놓는다.

사실 김태균의 타격분석은 이것이 전부다. 앞발 끝을 찍어 놓는 것은 이후 진행될 스윙시 몸의 원활한 회전을 위해서인데 여기까지 읽고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아래 이미지 컷 사진을 통해 한번 더 유심히 관찰하길 바란다.

김태균은 흔히 말하는 로테이셔널 히터(Rotational Hitter=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스윙을 하는 타자)로 알려졌는데 일본시절과 비교하면 스탠스 폭이 조금 좁혀져 있다. 한때는 쩍벌남이라고 할만큼 양 다리사이의 폭이 넓었지만 영상에서도 보여지다 시피 지금은 그렇게 넓은 스탠스(Broad-Stance)가 아니다.

이것은 최근 김태균의 타격성향에도 밀접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왜냐하면 많은 안타수에 비해 지금 기록하고 있는 4개의 홈런은 생각보다 적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안타수와 비교하면 안타 대비 홈런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힘이 장사인 김태균이란 점을 감안하면 소위 말하는 ‘똑딱질’만 하고 있는 셈인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상체 때문이다. 얼마전 한화 이글스 타격코치로 영입된 김용달 코치는 김태균이 많은 안타수에 비해 홈런이 적은 이유로 상체를 언급한 바 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태균은 컨택트(Contact) 지점이 상당히 뒤쪽에 있다. 이것은 공을 자신의 뒤쪽까지 끌고 와서 임팩트(Impact)가 된다는 뜻인데 이 말은 곧 홈런을 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공을 띄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과도 같다.

공과 배트가 만나는 접점지점에서 상체가 뒤로 뉘여져 있으면 자연스럽게 스윙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 공의 밑둥을 때리기가 수월한데(이승엽이 좋았을때 그리고 홈런을 칠때의 상체와 비교해 보라)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타격시 배트가 공을 정확하게 정타(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하게 되면 안타 생산에는 도움이 되지만 홈런은 그만큼 어렵다. 흔히 타구의 궤도가 45도 정도일때가 가장 많은 홈런이 터진다는 것을 상기하면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현재 김태균의 히팅 포인트는 홈런을 쳐낼때의 위치(앞 무릎 앞쪽)보다 뒷쪽에 포인트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홈런을 적극적으로 노리면서 타석에 선다기 보다는 지금 김태균은 안타에 초점을 맞춘 상태,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홈런은 저절로 터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윙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또 하나 올 시즌 김태균의 타격 페이스가 놀라운 이유 중 하나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빼놓을수 없다.
수준 높은 투수들을 상대하다 그보다 레벨이 떨어지는 국내투수들을 상대하니 심적으로 자신만만해 하는 것은 물론 일본이라면 1군에서 뛸 만한 기량이 못되는 투수들이 한국에서는 1군에 있으니 그만큼 리그를 폭격할 정도의 맹타를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올 시즌 김태균이 4할을 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 김태균이 4할을 치느냐 못치느냐의 문제보다는 현재 보여주고 있는 페이스, 즉 그의 타격기술이다.

<끝>




사진/ 한화 이글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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